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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에서 기차를 두 번 갈아타고 12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해발 2200m의 산꼭대기에 위치한 도시, 심라(Shimla). 이곳은 영국 식민지 시절 여름수도였다. 식민지 시절, 차가 들어오기 어렵고 가파른 골목과 가파른 산악도시인 이 곳은 그 시절부터 많은 짐꾼들이 고용되어 도시의 물자를 운반해 왔다. 현재도 약 2만 명 이상의 짐꾼들이 이 도시 곳곳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며 살아가고 있다.

 

짐꾼들의 대부분은 카슈미르(Kashmir) 출신이다. 핫산도 카슈미르 출신이다.

그는 15살 때부터 짐꾼으로 일하기 시작하여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

 

핫산은 240kg의 기름통을 동료 2명과 함께 운반한다. 라마단 기간이어서 밥은 물론 물도 먹지 못하고 무거운 기름통을 5킬로 떨어진 곳으로 운반하고 있다. 핫산이 기름을 운반해서 넣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은 200루피, 셋이 나누면 67루피이다. 한국돈으로 1,400원정도이다.(2006년 즈음 환율)

 

핫산은 미시케(짐꾼 공동 숙소)에서 머물고 있다. 짐꾼들이 많아지다 보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짐을 없애고 바닥에는 골판지를 깔았다. 핫산은 이곳에서 30년째 머물고 있다.

 

그의 하루는 새벽부터 시작되어, 무거운 짐을 나르고 다시 짐을 지는 반복되는 아주 힘든 노동으로 채워진다.

힘든 노동은 굽은 허리와 관절염을 가져다 주었다. 대부분의 짐꾼들은 다쳐서 짐을 지는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는다면, 또는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짐을 들기가 버거울 때까지  평생 이 일을 한다.

두세벌의 옷으로 일년을 버티고, 아주 단촐하게 식사를 한다. 그들은 최소한의 먹을 것과 옷, 아플 때 말고는 돈을 쓰지 않는다. 나머지는 저축을 한다. 가족을 위해서....

 

 

"이제 힘이 달려서 그만두고 싶지만 아이들과 아내가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 더 일해야 합니다. 내 인생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건 가족이죠."

- 어느 짐꾼 -

 

 

핫산은 3~4달에 한번씩 18,000루피(30만원정도) 벌면 고향 카슈미르에 돌아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핫산은 자녀 교육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아들 아키푸가 공부를 잘하여 가난을 극복하길 바라며, 자녀에게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저는 이 가정의 아버지입니다. 힘들어도 아이들과 아내를 위해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것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저는 아버지니까요. "

- 핫산 -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아주 기본적인 욕구만 충족한채 핫산은 30년동안 심라에서 짐을 나르고 있다.

산다는 것이, 인생이란 것이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가? 

 

 

"지금 짐 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저는 열심히 짐을 질 겁니다.

그리고 나중에 핫산은 짐을 진 마지막 세대였다고,

짐을 지는 일은 아버지 대에서 끝났다는 말을 내 아들로부터 듣고 싶습니다. "

- 핫산 -

 

 

가족에 대한 희생과 사랑, 핫산의 인생은 힘든 노동으로 채워져 있지만, 그의 영혼만은 찬란하고 고귀하다.

유사이래 가장 부유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떠한가?

더 가지지 못해서, 더  누리지 못해서 우리의 마음은 불평, 불만으로 가득차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더 가지고, 더 누린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짐이라 하더라도 내려놓을 수 없다면 나는 그 짐을 질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겠다. 그러나 내 아이에게 그 운명을 물려주지는 않겠다. 나는 아버지다."

- 카슈미르의 짐꾼들 삶으로부터 -